지진도 쓰나미도 아닌 농사용 비닐이 고리2호기를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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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도 쓰나미도 아닌 농사용 비닐이 고리2호기를 멈추다
원자력재앙 막을 수 있는 기회, 전면적인 민관합동안전점검 실시해야
어제(6월 21일) 10시 30분 부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갑자기 가동 중단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고리 1·2호기가 생산한 전력을 신울산변전소로 보내는 345㎸ 송전선로에 농사용 비닐이 걸리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송전선로는 곧 복구되었지만, 고리2호기는 보호계전기가 계속 작동하면서 가동이 중단되었다. 지난 4월에 고리1호기가 전원계통이상으로 멈춘 뒤 2달 여 만에 이제는 2호기가 멈춰 섰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가 안전하게 정지해 있는 상태이며, 방사능 누출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번 원전의 고장 사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원전가동이 중단되었는지 명확한 해명이 없다.
고리2호기의 가동중단 사고는 후쿠시마처럼,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원인으로, 그것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원전사고는 예기치 못한 작은 사고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라도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이번 사고처럼 송전선에 비닐이 걸리는 단순한 사건으로 원전이 멈추는데, 어떻게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고와 같은 갑작스런 가동정지는 원자력발전소에 물리적, 전기적, 화학적, 기계적 손상과 충격을 가하게 된다. 그래서 이후 원전의 결함과 고장, 사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원전은 평소에도 안전을 이유로, 다른 발전처럼 전력수급에 따라 출력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고 일정하게 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원자로를 정지시킬 때도 출력을 갑자기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하는 것도 바로 안전을 위함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의 갑작스런 정지는 아무리 안전하게 멈췄다고 해도 안전성에 손상을 줄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21기의 국내원전이 가동하는데 문제가 없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작은 비닐에도 원전이 멈추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만 보더라도 안전성 문제는 이미 물 건너갔다.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큰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원전은 언제 어디에서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한국정부가 스스로 증명해 낸 셈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한국 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제기해왔다. 그리고 형식적인 원전점검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정부가 이번에도 경고를 무시하고 형식적인 점검으로 고리2호기 재가동에만 신경 쓴다면 원자력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또다시 놓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원전안전에 비판적인 환경단체 등까지 참여하는 민관합동원자력안전점검반을 구성해 일본의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안전점검을 전면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또한 수명이 다하고도 무리하게 계속 가동 중인 고리1호기 역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폐쇄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원자력재앙을 막는 첫걸음이다.
2011년 6월 22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석봉․이시재․지영선 / 사무총장 김종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