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물억새60리길 조성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하다.
또! 또! 또!
창원시가 주남저수지를 우찌 한번 건드려볼까 하는 그 고질병이 재발하고야 말았습니다. 약도 없습니다. 매를 들라하니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어른들이 하는 짓이라 들어먹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결국 어느 기자님의 표현처럼 ‘끝장투쟁’, 단식농성을 시작하고야 말았습니다.
마창진 공동의장님 네 분이 우선 체력이 닿는 한 단식농성을 하시고, 모두 쓰러지고 나면 사무국 활동가들이 그 자리를 잇기로 했습니다. (의장님은 많을 수록 좋은 것 같아요.)
다들 부러워합니다. 의장님들 결의가 활동가들보다 낫다고...!
<함께하는 창원, 함께여는 미래라고 붙여놓은 창원시청 앞 광장입니다. 언제쯤이면 함께 할까요?>
오전 11시 30분, 창원시청 앞에서 단식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환경연합이 농성장 차린다는 소식에 여기저기 전화통만 울려대는 창원시청 공무원들도 참석했습니다. ]
맨 먼저 단식을 시작하는 신금숙 의장님은 오늘 아침에도 집에서 창원시청 환경국장과 과장의 전화를 받았답니다. 제발 잠시만 미뤄달랍니다. 잠시 미뤄준들 온통 주남저수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창원시의 계획이 달라질 바도 없는데 무조건 조르기만 합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일만 생기면 단체 대표의 집으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대는 창원시의 그 나쁜 버릇은 정말 고쳐야 합니다. 공문으로 물었으면 공문으로 답을 해야지요, 왜 대표님들을 붙잡고 우는 소리를 할까요? 우리가 그렇게 징징거린다고 물러설 거였으면 시작도 안한다는 것을 아직도 모릅니까?
창원시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참으로 열악했습니다만 끝은 장대하겠지요.
지나가는 분들과 얘기도 나눴습니다.
60리. 참 먼 거리지요. 사람들이 철새 보러 가는 거지 둘레길 걸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온 천지에 만들어지는 것이 둘레길인데, 왜 거기다 그걸 만들까요? 틀림없이 새들은 달아날 텐데요.
그리고 그늘도 없고 오직 저수지 물가만 따라 걷는 그 휑한 22킬로미터 짜리 제방길을 누가 걸을까요?
창원시장님이 번호표 1번 끊어서 한번 걸어볼런가, 혹시 창원시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한번씩 60리길 완주 기록을 세워야 하는 지침이 내려지지는 않을지 궁금합니다.
<창원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에서 마련한 간담회 장소에 가지고 온 창원시의 자료 판넬 입니다.>
오후 1시. 창원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가 이어졌습니다.
별반 효용은 없는 모양입니다. 굳이 기억할 만한 의논은 하지 못한 듯합니다.
창원시청 앞 광장에는 가을인지 국화 화분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덕분에 오전 내도록 벌들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도 구경했습니다. 잠시지만 이 화분들 때문에 공무원과 실랑이도 했네요. 현수막 걸때가 없어 화분을 살짝 가렸더니 안 된다고 야단입니다. 꽃이 상한다는 말이겠지요.
한켠으로 옮기겠다고 하니 소중한 창원시의 재산이라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답니다.
화분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주남저수지는 저 모양을 만들겠다는 것이 하도 기가 차서 괜히 시비 한번 붙고, 언성도 높였습니다. 쓸데없는 일인줄 압니다만 말이지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십니다.
민생민주창원에서는 금새 들어가시더니 주위에 세워두기 딱 좋은 선전판을 만들어오셨고, 민주노총에서는 사무실에서 짐들을 싣고 와서 제법 폼 나는 자리도 만들어주셨습니다. 다들 이런 일에는 이력이 붙어서 말만 하면 뚝딱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자꾸 짐이 늘어서 농성 마치고 이사갈 때 버겁겠다고 말입니다. (위 사진은 폼나게? 만들기 전 모습입니다.)
단식 시작한 후 알았는데 오늘이 신금숙 의장님의 생일입니다.
의장 맡은 지 1년이 채 안됐는데 단식농성장에서 생일을 맞게 된 기념 턱이 정말 대단합니다. 주부고 엄마라서, 어제 밤새도록 가족들 먹을 반찬 만들고, 그 무섭다는 곰국 끓이느라 꼴딱 샜다고 합니다. 걱정 덧붙였더니 아이들은 엄마가 자리 비운 틈을 단단히 즐길 태세랍니다. 산 속에 있는 외딴집인데 이번 주말에는 아들이 친구들 잔뜩 불러서 캠핑(?)을 할 예정이라네요. 그래도 엄마가 비운 자리는 금새 표시가 나겠지요. 왜 창원시의 허무맹랑한 발상 때문에 번번이 농성장을 차려야 하는지 기껏 눌러놨던 화가 납니다.
끝장투쟁입니다.
이번에 끝장을 보지 못하면 주남저수지는 희망이 없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마저 잃어버린 철새들이 찾아들 곳도 없게 되고, 우리도 귀한 철새들을 만나러 갈 수 없게 됩니다.
주남저수지를 아끼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창원시청 홈페이지에 창원시의 무지막지한 주남저수지 개발 계획을 성토하는 글을 올려주세요.
그리고 틈나시면 농성장도 들러주세요.
단식농성이라서 맛있는 것을 준비할 수는 없지만 시원한 물 한잔은 드릴 수 있습니다.
==> 국화 화분에 물주는 시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때 꽃밭을 돌아다니는 나비를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괜히 사진 찍어봤습니다. 걱정하실까봐 살작 알려드리면 농성하는 자리에는 물 한 방울 튀지 않게 조심하면서 화분에 물을 뿌려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