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보낸 한우에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한전이 보낸 한우에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밀양시 산외면 ○○마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90세대 정도 되는 마을입니다. 마을 주민들 중에서 한전과 협상을 하자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협상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한전이 이 추진위원회를 인정하여 협상을 진행하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80여 세대 주민들에게 협상추진위원회 총무를 맡은 주민이 소고기(한우)를 선물했습니다. 협상추진위에 들어가 있는 10여 세대 주민을 뺀 나머지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졌습니다. 주민들은 무심코 추석선물이거나 하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이 한전에서 흘러나온 돈으로 산 한우였습니다. 추진위에서 요구한 것인지 한전에서 알아서 챙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전이 소고기 비용을 낸 것은 확실합니다.
한전에 따졌더니 ‘동양건설에서 했었을 것이다’ 라고 합니다. 또 하청업체 핑계를 대고 빠져나갑니다. 하청업체도 참 할 짓 아니겠습니다. 한전이 뒤에서 제대로 받쳐줘야 뭔 짓을 해도 든든할 텐데 매번 이렇게 고자질 하고는 빠져나가니 ...
대충 소문으로는 한우 두 마리를 잡았다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개인비용으로 한우를 마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릴 사람은 없겠지요? 더구나 송전철탑을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나눴다면 모를까 추진위 참여 세대를 뺀 전체에 말입니다.
지금 주민들은 이런 짓도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한전이 워낙 소송을 즐겨 하니 말입니다.
바야흐로 선거철을 맞아 여태껏 돌리던 대로 돌리면 걸리니까 주민들한테 ‘옛다, 한우’ 하면서 돌린 것은 아닐까요?
설마 지금 한전이 이런 걸로 주민들 마음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한전의 이런 행동은 밀양 주민들은 물론일 것이고, 옆에서 바라보는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도 절대 고와 보이지 않습니다.
한우 쪼가리에 내줄 고향 산천이었으면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추석연휴에도 농성장을 접을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리지는 않았겠지요. 왜 이정도 밖에 안 되는 한전과 매번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만나고 부닥쳐야 되는지 진저리가 납니다.
평밭마을 주민이 찍은 사진입니다. 한전 직원들은 손에 손마다 이런 것을 들고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밥 한 숟갈을 나눠도 좋은 사이가 있고, 물 한잔 얻어 마셔도 체할 것 같은 사이가 있는데 말입니다.
한전 직원 그림자만 봐도 이가 부드득 갈릴 것 같은 밀양 주민들에게 생칡즙이 아니라 산삼다린 물을 갖다 준다고 예뻐 보일까요?
정말 밀양 주민들과 물 한 잔이라도 나눠 마시고 싶으면 빈손이라도 좋으니 진정성을 갖고, 믿을 수 있는 약속을 갖고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