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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님 다비식에 다녀왔습니다.



비구 문수여, 불꽃으로 타올라 등신불이 되소서 
신라고찰 지보사에서 수행정진 중이시던 문수 스님께서 4대강사업 즉각 폐기를 유언으로 남기시고 소신공양하신지 4일만에 그분의 육체가 부처님께로 돌아가는 다비식이 6월4일 지보사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오전 10시 지보사 앞 마당에는 다비식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스님의 마지막 육신을 넘겨받아 부처님전으로 모실 장소는 많은이들이 보낸 조화로 가득하였습니다.

조금더 올라가니 대웅전 앞 마당에는 문수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함께 수행했던 도반 스님들과 그분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신도와 시민들이 많이 참석해 계셨습니다.

대구 골재 노동자들은 문수스님의 마지막 가시는길을 책임지고 계셨습니다. 
그분의 마지막 유지인 4대강 사업 즉각 폐기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그분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고자  다비식장 까지 한줄로 길게 줄을 지어 예를 갖추고 계셨습니다.

지보사의 대웅전 앞에는 스님의 마지막 육신을 모시고 추모사와 헌화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만 행사내내 마음은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문수 스님의 뜻이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 그분의 숭고한 뜻이 이렇게 조용히 묻혀야 하나 그런생각에 추모행사 내내 그분을 올곧게 추모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지보사 경내에서의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고 문수 스님의 마지막 육신은 도반 스님들에 의해 다비식장으로 옮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불불자들의 불경소리가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울려 퍼져, 엄숙하믈 더했습니다.
행렬 맨앞에는 만장이 서고 그 뒤를 운구행렬이 따랐습니다.

스님의 영정이 앞서고 그 뒤를 도반스님들이 문수스님의 가벼워진 육신을 모시고 뒤따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은 삶을 사시는 분들이지만 문수스님의 도반들께서는 그 아픈 마음까지 감추지 않으셨습니다.
울먹이던 도반스님도 계시고,  추억을 회상하듯 먼 하늘을 바라보던 스님도 계셨습니다.

지보사 앞 마당에 준비된 다비식장에 문수스님의 관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가족과 도반스님들 그리고 조계사의 높은 분들이 빙 둘러서서 거화 준비를 했습니다.

도반 스님께서 큰 목소리로  "문수야 불들어간다" 라는 말과 함께 불은 붙혀지고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소신공양으로 몸을 태우셨는데 다시 또 이렇게 불길에 몸을 맡기셨으니 스님의 마지막 삶은 참으로 불같은 삶을 사셨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스님은 불길로 타올라 4대강을 살리고, 서민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등신불이 되셨습니다.

불꽃으로 타올라 그 혼이나마 우리와 함께 해주시길 기도드렸습니다.
그분의 뜻이 불길이 되어  활화산이 되기를 기도드렸습니다.

다비식 후 다시 찾은 지보사 대웅전 앞 추모장 앞에는  스님의 영정앞에 하얀 국화꽃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조차 스님께 꽃한송이 올리지 못했더군요. 

49년의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화상 문수의 삶이, 의미없는 삶이 아니였음을, 남아있는 이들이 보여주어야 할것입니다.
온몸을 불살라 전하고자했던 한 비구의 거칠었지만 진솔했던 몸짓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한줌 흙으로 돌아가신  문수 스님의 영전에 꽃한송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