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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밀양송전철탑 백지화하라.

 

 

밀양 송전철탑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문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뿐이다.

밀양 송전철탑 건설계획 백지화하라.

 

 

애초에 한전이라는 공기업에게 겸손, 예의, 도덕, 인권존중 따위를 바란 것이 무리였다. 전기를 공급한다는 그 대단한 자부심으로 집도, 땅도 거칠 것 없이 강제수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탓에 일개 개인이 겪을 고통이나 피해는 그저 공익을 위한 희생으로 포장되고 그렇게 국토의 곳곳이 피멍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법으로, 공권력으로 일순간에 짓눌러 버리고 한전이 원하는 대로, 한전이 그린 도면대로 철탑이 꽂혔다. 한전에 대항해서 기껏 주민들이 이긴 전력은 겨우 가포송전철탑을 이전시켰던 정도만 기억이 난다. 그나마 주민이 구속되고 벌금형을 받는 등 처절한 대가가 뒤따랐었다.

 

7년째 밀양 주민들의 처절하고 뼈아픈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거대한 공기업, 한전을 상대로 구부정한 허리로 논밭을 기어 다니면서 살아온 죄밖에 없다고 하시는 70, 80대 어르신들이 철탑공사 예정지에 천막을 치고 매일 밤 당번을 정해 지키고 있다. 혹시라도 잠시 한눈 돌린 사이에 공사가 시작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도 같은 이 분들이 왜 이런 고통 속에서 편한 잠자리를 마다한 채 지치고 힘든 몸을 뉘어야 하는지 정말로 울분이 차오른다.

 

도를 넘은 공기업 한전의 인권침해.

 

20111110, 밀양에 세워질 계획인 69기의 철탑 중에 108번 철탑 부지에서는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벌목 공사를 저지하려던 마을 노인들이 한전으로부터 하청 받은 공사업체(대동전기)의 인부들로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검찰에 제출된 자료에 적힌 주민이 신고 있던 신발 밑바닥이 전기톱에 의해 생선포처럼 잘려나갔다는 증언만으로도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이 날 주민들과 함께 송전철탑을 막고자 싸워온 약산사 주지스님이 대동전기 이사 등 인부 3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잔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267일은 .이치우 님의 분신 사망으로 장례 후 90일간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던 기한이 완료되는 날이었다. 지난 7년 여 동안 한전과 고통스런 싸움을 해온 주민들은 한전 측에서 흘러나오는 공사 강행에 대한 소문들로 잔뜩 긴장해 있던 터에 대동전기 인부들이 목줄을 푼 개를 대동하고 손에는 낫을 든 채로 약산사에 들이닥쳤다. 한전의 변명으로는 공사 예정지 답사 때문에 방문한 것이고 멧돼지 출몰 때문에 사냥개를 대동했으며, 우거진 수풀 때문에 낫을 들었다고 했지만 오후 5시에, 더구나 이미 그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바 있는 여스님이 혼자 기거하는 곳을 그런 식으로 찾아간 것은 스님의 입장에서는 위협이 되고도 남는다. 당시 스님은 죽음에 직면한 듯 했고 결국 실신하여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주지스님은 약산사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주민은 없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와 도덕도 없었다.

 

주민들에게 자행된 인권침해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지역 언론에 기사화된 내용을 보면 송전철탑 공사를 막고 있는 70, 80대 노인들에게 워리, 워리하면서 손가락으로 개를 부를 때 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예사로 하는 등 정말 이들이 맨 정신으로 이런 행동들을 했을지 믿기 어려운 정도이다.

 

공기업! 국가나 지자체가 사회 공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경영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한전은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한전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하청업체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모른 척 하고 싶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한전과 한전의 하청업체가 저지르고 있는 온갖 악랄한 행위들을 다 보고 듣고 있다. 기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공익과 국책사업을 운운하면서 국민을, 여성을, 노인을 짓밟는 한전과 같은 공기업을 계속 두고 봐야 하는가.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

 

 

결국 핵발전소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고리지역에 추가로 짓겠다는 핵발전소 때문이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등에 공급하려고 하니 송전선로가 필요하고, 그래서 변전소가 필요한 때문이란다. 수도권에서 사용할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멀고도 먼 고리지역은 핵발전소를 껴안아야 하고, 전선이 지나가는 곳곳은 송전철탑으로 생난리를 치르고 있다.

핵발전소가 위협이 되고, 핵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지나는 송전선로와 철탑에 대한 안전을 국민들이 믿지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강행하는 한전과 이를 옹호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원망만 하기에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크다.

 

 

주민들의 문제제기, 지극히 타당했다.

 

밀양을 지나는 송전선로 사업의 정식 명칭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2구간)”으로, 양산시에서 765kV 북경남 변전소(창녕군 소재)까지 이르는 노선이다. 밀양을 지나는 구간을 두고 주민들은 2003년 당시에 마을과 최대한 이격시켜 줄 것을 요구했었지만 2007년에 마을과 근접하여 지나는 것으로 최종 승인되었다. 마을을 우회하는 경과지를 걱정했더니 보란 듯이 마을을 관통해버린 송전선로를 주민들이 용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종 승인된 선로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언제나 한전은 공사비 운운하지만, 철탑 3개는 세우지 않아도 되는 직선으로 가는 노선을 마다하고 굳이 마을을 감싸 안고 돌아가는 노선을 채택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왜 주민들이 그토록 요구하는 초전도 케이블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가스수송관처럼 설치. 고속도로, 철도, 산으로도 직접 매설된다는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미국의 초전도 송전사업에 초전도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되었고, 내년에는 제주도에서 상용화된다는데 왜 밀양에서는 안 되는지 모르겠다. 기존 철탑에 전선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송전용량이 2배가 되고,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데 왜 756kV 철탑만 우기는지 도통 모르겠다.

 

한전은 오직 토목공사를 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집단임이 분명하다. 도로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폭주족처럼 온 나라, 온 국토를 휘젓고 다니는데 중독된 집단임이 틀림없다. 한전이 가는 길에 누구라도 빨간 불을 켜면, 길이 아니라고 손이라도 흔들면 하청업체를 동원해서 치워버리고 가는 공기업이 한전이다. 물론 한전은 모르는 일이라고 매번 말하지만, 한전이라는 뒷배가 없으면 하청업체들이 그렇게 안하무인, 인면수심으로 굴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전은 주민의 요구와 시민사회단체의 충고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라.

 

지금 밀양 주민들은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가서 막아야 되는데 또다시 그 무자비하고 험악한 꼴을 당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굴욕이고 치가 떨린다. 내가 사는 마을, 내가 농사짓는 논밭을, 과수원을 지키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사업으로 어느 한사람 와서 이러저러한 설명조차 제대로 해 준적 없고,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입에 발린 소리도 들어본 적 없었다. 결국 사람 목숨을 앗아갔고, 또 다른 사람들이 죽겠다고 유서를 품에 안은 채 공사현장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외국에서 무슨 상을 받아오면 뭐하고, 대단한 기술을 외국에 팔면 뭐하는가! 국민들이 이 지경인데 말이다.

 

송전철탑을 두고 거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볼 심산이었으면 내 집 편안한 잠자리를 두고 산중턱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 그저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이 사업이 과연 타당한지를, 정말로 이 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라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밀양송전철탑 건설사업은 백지화되어야 한다.

 

한전이 우리의 이런 요구를 겸허히 받아 주기를 바란다.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신고리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빌미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공기업 한전이 지금껏 누려온 독과점적인 지위를 내놓아야 하는 사태에 이를 것임을 경고한다. 국민의 입에서 한전을 해체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대를 역행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한전은 깊이 각성하라.

 

 

 

2012627

 

 

765kV 송전탑 반대,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핵발전소 확산반대 경남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