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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런 공사현장은 첨 봤습니다.

116.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해시 장유면 신안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의 민원전화였습니다. 부산에서 창원까지 연결되는 도로공사를 하는데 비만 오면 계곡을 따라 뻘같은 황톳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비산먼지와 소음에 시달린다는 민원입니다.

 

김해시청에서 담당공무원이 나왔지만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그냥 돌아갔고 그 후로 아무런 소식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일 주민들이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지역 언론사 기자님께 취재를 부탁했고, 118일 신안마을로 가 봤습니다.

 

제법 전원주택나 찻집, 음식점 등이 모양새 있게 들어선 것이 한적한 느낌이고, 불모산 등산로를 통해 많은 등산객들이 오가는 길목으로 유명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 너머 산중턱은 이미 벌겋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포크레인과 오가는 트럭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을입구 안내표시를 따라 등산로로 향했습니다. 채 얼마가지 않아 흐트러진 계곡이 보이고, 철근이 박힌 기둥들이 나타납니다.

 

등산로로 향하는 길에서 등산객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공사현장에는 주차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봤습니다. 등산객들은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굴암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가장 오른쪽 사진은 신안계곡이 자랑하던 반석입니다. 예전에는 200여 평 규모를 자랑하던 바위였지만 지금은 공사 때문에 절반 넘게 깨져나갔습니다.)

 

등산로와 도로공사장이 만나는 곳에서 여전히 영업 중이라는 돌담집간판이 걸려있습니다. 주변이 이렇게 파헤쳐졌는데 설마 사람이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들어섰습니다.

 

(왼쪽사진은 등산로에서 보이는 공사장 입구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도로 공사장을 가로질러 돌담집 마당에 들어서서 공사장을 본 광경입니다.)

 

도로공사장에서 불과 2~30여 미터 떨어져 있고, 들어가는 입구에는 전봇대가 넘어져 있습니다. 영업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혹시나 해서 들어갔더니 휴업인 상태로 식당 주인 부부만 머물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이 훌쩍 넘게 돌담집 마당에서 공사현장을 지켜봤지만 살수차는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꼬리를 물고 들락거리는 덤프트럭들 때문에 먼지가 가라앉을 틈도 없고, 더구나 워낙 가파른 길이라서 내려오는 트럭이 브레이크를 잡고서 기듯이 내려오니 끽끽울려대는 소음도 굉장했습니다. 최근에 언론에서 다녀간 후에는 그나마 속도를 줄인다고 하는데,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오는 덤프트럭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들은 돌담집 마당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오른쪽 위 사진은 돌담집 입구에 넘어져 있는 전봇대입니다. 포크레인이 실수로 넘어뜨렸다는데 덕분에 돌담집 전화가 하루종일 불통이었습니다.)

 

공사가 시작된 후에 무려 한 달 여 동안 발파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발파작업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한동안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공사구간이 점점 마을과 가까워지고 소리와 울림이 커지면서 발파작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발파작업을 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밤 9. 10시 등 야간시간대에도 발파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많은 동네주민들은 야간발파작업이 불법인 줄도 모르고 설마 큰 회사에서 법을 어기겠냐고 여기면서 그저 감당해 온 모양입니다.

 

(신안계곡이 자랑하던 반석을 깨부수고 들어선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을 세우기 위해 발파작업을 했는데 소음측정은 돌담집 마당 가장 안쪽에서 하다가 나중에는 주민의 항의로 마당 끝에서 소음측정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식당주인은 도로공사 탓에 영업을 못하게 되어 할 일없이 집에 머물고 있다가 발파소리에 엄청 놀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겨우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식당이 있고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데 롯데건설은 손님이 드나들지 않으니 영업을 안 한다고 여기고서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발파작업을 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고 합니다. 공사를 하는 롯데건설도 그렇지만 그동안 어떻게 감당하고 살았을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사현장을 오가고 사진을 찍어대니 하청업체 과장이라는 사람이 돌담집에 찾아왔습니다. 공사시간을 물으니 오전 630분부터 오후 4~5시 정도 한다고 대답합니다. 살수차가 있기는 하느냐고 했더니 있는데, 물을 담을 곳이 멀어서 아직 우리가 보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정말인지 확인해야겠으니 빨리 불러오라고 했지만 결국 못 본 체로 돌아내려왔습니다.

 

내려오다가 계곡에 대충 걸쳐져 있는 오탁방지시설을 봤습니다. 지난 비에 뻘같이 걸쭉한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왔다고 하더니 이것이 유일한 방지시설인 듯합니다.

 

 

다시 마을 쪽으로 내려오가다 돌아봤더니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지나다닙니다. 높은 산 중턱에 걸쳐져 있는 구름이라면 절로 탄성이 나오겠지만, 염치없는 흙먼지에 불쑥 욕설이 튀어 나왔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신안마을 주민들은 저런 먼지와 공사소음과 발파작업에, 비만 오면 쏟아져 내리는 흙탕물에 얼마나 시달리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참고만 지내던 주민들이 언론사에도 연락하고, 시청 공무원도 불러내고, 결국 환경단체까지 들락거리니까 롯데건설 측에서 규정대로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시 눈가림만 하고서는 별반 달라진 점도 없는데 주민들은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좀 더 지켜보다가 정 안되겠으면 다시 잘 얘기해 봐야지 라고 합니다.

 

신안마을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계곡에 있던 반석이 깨져 나간 것이 너무 아깝고 속상해서 이제는 그쪽으로 올라가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롯데건설은 이렇게 세상을 믿고, 공사방해하면 바로 고발하겠다는 업체의 협박도 믿고, 나중에 담벼락 금 간 것 수리해 줄거라는 약속도 믿고 있는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