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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내용/조직/교육/정책

둘레길은 사이공간과의 접속이다.

11월 29일 일요일 아침 마창진환경연합과 생명의숲은 2번째 숲길 걷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숲체험은 지리산 둘레길로 잡았습니다.
둘레길의 유명세 때문인지 참가모집이 있은후 얼마있지 않아 모집이 끝났을정도였습니다.

숲길 안내소 앞에서 한컷

숲을 걷는다 그것도 옛길을 품고 있는 오래된 숲을 걷는다는것에 묘한 매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빠르게 더 빠르게만을 외치며 빛의 속도로 전진할것을 외치는 자본이 주인인 세상에서 에둘러 느리게 더 느리게 걸어야 하는 길을 애타게 찾는것은 아마도 그길이 우리의 오래된 미래이기 때문이지 쉽습니다. 
아주오래전 시멘트가 깔리기전, 기차가 나오기전 우리의 부모에 부모들이 걸었던 그길, 그 자식의 자식들이 에둘러 찾아 나선 이유또한 그러한 이유일것입니다.
기차가 나오면서 함께 사라졌던 우리의 소중한 "사이 공간" 그 공간을 찾아 나선 길에 나는 사이공간과의 접속을 세밀하게 하고 싶어 대열의 맨 마지막을 자처 하였습니다.

집주인의 풍류가 느껴지는 우편함입니다. 이것이 지구를 살리는 녹색실천일것입니다.

길안내판의 섬세함이 좋았습니다
빨간화살표는 숲길을,검은색은 숲길안내소를 가리킨답니다.


옛길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절대적인 동의가 필요했을겁니다. 주민들이 불편함을 이유로 그 길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옛길을 우리를 걷지 못했을것입니다. 그길을 걷지 못한다는것은, 걸으며 느끼는 정서적 충만함과 사유의 시간, 사이공간과의 세밀한 접속 등 을 함께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도시적 삶속에서는 결코 맛볼수 없는 길위의 충만함을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옛길에서 되살리고 있는것입니다.

옛것은 낡고 거추장스럽고, 버려야할 것이아닌, 소중하고 지속가능한 우리의 오래된 미래임을 우리는 옛길을 걸으며 다시 배우고 있는것입니다. 그래서 길을 道(도)라 부르나 봅니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모든것이 아름다웠습니다. 어느것 하나 버릴것이 없고,눈길가지 않는것이 없었습니다.

마을속으로 들어가면서 눈에 들어온 붉은 낙엽하나가 검은 기와위에 누워 길위의 나그네를 맞이합니다. 

주변의 어느 나무에서 생을 마감하고 기와에 의지해 누워있는 붉은 낙엽하나에서도 자연과의 완전한 일치속에 배치되면서 생의 마지막도 아름다움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길위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도반이됩니다.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어머니와 아들도 길위에서 가르치고 배웁니다. 길위의 모든것이 공부입니다.


길은 많은 것들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전체를 내어주며 길위의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지면지는대로 피면 피는대로 "스스로 그러함"을 있는그대로 보여줍니다.
길위의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 배우며, 그 배움을 통해 스스로가 변화됩니다. 
그것이 길을 걷는이들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선물을 잘받고 못받고는 오직 길위를 걷는 이들의 몫입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숲속으로 들어가면 더많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살며시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굵어졌다. 얇아졌다를 반복하며 내리는 빗줄기가 가을의 말미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아 조금씩 조금씩 땅으로 내려보내는 나무가지에 달린 빗방울들이 눈길을 때지 못하게 합니다.

자기가 감당할 무게만큼 꼭 그만큼을 맡아두었다 감당할 수 없으면 땅으로 돌려보내는 그 순간순간을 나무가지는 빗방울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축적에 축적만을 행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은 감당할수없는 축적은 재앙이 됨을 보여줍니다.                                                                 

11월의 크리스마스 트리

자연은 미래를 품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주한잔으로 친구가 됩니다.

길위에선 누구나 친구가 됩니다. 그걸음이 수행을 위한 걸음이든 여행을 위한 걸음이든 길위에서 만나는 이들은 친구가 됩니다.

길은 그렇게 친구를 만들어줍니다.
흐물없이, 흉금없이 떠들고 웃으며 그렇게 그 길위에서 향연을 펼치고 나면 누구나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 뜻이 맞으면 결의형제도 되고 더 큰 뜻을 품으면 임꺽정에 나오는 칠두령들처럼 역사에 도전하는 의적이 될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의적까지는 못돼도 친구는 되었던 시간을 가졌읍니다. ^^ 다른분들 열심히 걸을때, 저히들이 행한 음주행위를 예쁘게 눈감아 주시옵기를...^^





우리는 참으로 많은 길이 있음을 압니다.
쉽고 편한길, 어렵고 힘든길, 아흔아홉구비 시련의길등
어떤이는 쉽고 편한길을, 또 어떤이는 어렵고 힘든길을, 걷습니다.
모르면서 걷기도 하고 알면서 걷기도합니다. 

이날 우리가 걸은 길은 굽이굽이 에둘러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도, 그렇다고 아흔아홉구비 시련의 길도 아니였습니다. 우리는 일부러 돌아가는길을 걸으며, 속도만을 중시하는 세상을 향해 느림의 미학과 그것을 통한 느림이 지속가능한 미래임을 걸으며 향변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분의 유언처럼 삶과 죽음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운무 그속에서 나를 찾다.
네가 나임을.

옛 나그네들은 이곳에서 목을 축였겠습니다.

물을 품어서 더욱 아르다운 너

븕게 물들어 밭을 태우고 있는 고사리

함께 웃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밝고 맑은 웃음이 그 길의 끝에 있어서 더욱 고마운 길이었습니다.
사이공간과의 접속을 통한 나의 변이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 길을 걷고 나면 이렇게 웃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옛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길, 동행을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