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마산합포구 구산면 옥계리 거제~마산간 국도5호선 개설공사로 피해를 입고 있는 구산면 내포마을 민원 현장을 찾았다. 국도5호선 연장공사는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에서 창원시 마산합포구 우산동을 잇는 구간으로, 해저구간을 제외한 육지부 구간을 3공구로 구분하여 공사하고 있다.
국도5호선이 완공되면 거제~마산~창원~부산지역이 고리형태로 이어지고, 향후 구산해양관광단지, 마산로봇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진입도로가 연결될 예정이다.
여타의 도로개설 공사 현장이 그렇듯이 산을 깎아 내거나 터널로 통과하고, 산을 빠져나온 도로는 다릿발을 높게 세워 고가도로 형태로 지난다. 덕분에 도로 아래쪽 마을과 집들은 공사 중에는 비산먼지와 발파 등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고, 도로가 개설되면 차량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내포마을은 발파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마을이고, 특히 민원인이 거주하는 이층집은 바로 공사현장에 위치한 듯한 모습이었다. 거주하고 있는 집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덤프트럭들이 오가는 공사현장 진입로와 세륜시설이 코앞에 맞닿은 듯 보이고, 뒷마당은 쌓아놓은 토사들이 더미를 이루고 있다.
민원인은 무엇보다 예고 없이 진행한 발파로 인해 어린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에 경상남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더욱 걱정인 것은 길 건너편 언덕도 조만간 공사를 하게 될 것인데 암반지역이라 발파를 할 수 밖에 없어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이 걱정이라고 했다.
공사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민원인은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되는 도로공사 때문에 감사청구까지 했었고, 그 결과 설계상 문제가 있다는 것과 함께 이주를 권고하는 감사결과가 있었지만 발주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여전히 별 문제 없다는 답변만 했다고 한다. 또한 이주를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원인과 헤어진 후 내포마을로 들어가 보았다. 제법 큰 규모로 산자락에 들어앉은 마을인데 머리맡을 지나는 듯한 모습으로 국도5호선 공사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공사 현장이라고 보임직한 가림막 하나 없이 먼지를 날리고 있었고, 터널 입구가 될 듯한 곳에는 공사잔재물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나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내포마을 아주머니 두 분을 태웠다. 함께 현장을 방문한 회원이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탓에 어른들이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그냥은 못 지나치는 덕분이었다.
내심 못 미더워하는 표정이었지만 호의를 받아주신 아주머니께 고향 사람이라고 말을 건네고, 곧장 국도5호선 공사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 대신에 업체사람인지 공무원인지를 묻는다. 환경단체 소속이고 민원을 넣은 분이 있어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신다.
오늘 아침에도 마을에서 도로공사 때문에 집에 균열이 가거나 유리창이 깨진 피해를 입은 주민은 모이라고 방송을 했단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만들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공사로 인해 눈에 보이는 피해에 대해서만 급한대로 보상 요구를 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떤 식으로 도로가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단다. 고스란히 앉은 채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아무리 국책사업이고 국가기반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라지만 가장 가까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그런데 더 기가 찬 것은 이런 일들이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더 분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