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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의 텃밭일기- 콩밭에 빠진날

                                                                                                                                                   회원 : 감 병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겁도없이 콩농사를 하자고 대뜸 대답해버렸더니 더 용감무쌍한 괭이(희동)가  700평 땅 을 갈아 엎어 놓았다.
그다음부턴 어떻게 됐을까?
땅의 규묘에 놀란사람, 황무지 위에 마구자란 풀에 놀란사람, 땅을 갈아엎어놓고 풀과 돌을 골라내야 한다는것에 놀란사람, 그렇게 놀란 사람들의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놀란 토끼눈,,, 상상해 보시라 그들의 표정을 ^^

 그러나 사고는 쳤고, 어르신 말씀처럼 눈은 게으름쟁이고 손은 부지런쟁이라 하였으니 부지런이 손을 움직일 밖에.
주말에 모여 농사를 짓다 보니 일의 속도는 느리지만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5월15일 비온뒤라 갈아 놓았던 땅이 단단해져 다시 땅을 뒤엎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랑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단히 고단하고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특히, 농사일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 몸뚱이와 나약한 정신은 작업의 속도를 더욱 더디게 했습니다.

 그래도 이날 아주 시원한 바람이 자주 불어와 주어 몸도 마음도 쉬어주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바람을 마주하고 허리를 펴고서면 시원한 바람이 긴장되고 경직된 몸과 마음을 두드려 줍니다.
그순간은 편안합니다.

 남자들이 고랑을 파고 지나가면 아낙네들은 고랑위의 쌓인 나무며 작은 돌맹이들을 걷어내며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고랑이 길고 많아 고생이 많았습니다.

 동네 아저씨들의 이날 마무리 작업이 한창입니다.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밭에서 보낸 이들이지만 얼굴에서는 여유가 보여 좋았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콩밭메는 아낙네들입니다
직접 내손으로 짓는 콩밭에 도전한 용감한 아낙네들이기도 합니다.
700평 규묘에 기가 질리기도 하겠으나  아직까지는 여유 만만입니다.  

 쉬엄 쉬엄, 아직은 몸이 시키는데로 할 뿐입니다.
몸이 쉬어라 하면 쉬고, 몸이 일하라 하면 합니다.
농사를 짓지만 몸은 아직 농사꾼의 몸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조금씩 조금씩 몸도 마음도 변이 되어 갈것입니다.

우리마을 일꾼, 괭이(여희동)는 사용했던 기계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마무리 중입니다. 기계를 다루는것도 괭이의 몫입니다.

텃밭 농사꾼이 되어가는 부부,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얼굴한번 보는것도 말 한마디 나누는것도 힘이 들지만 텃밭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초보 농사꾼들이 되어가며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기도 합니다. 
텃밭은 힘든 노동만 있는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망을 넓혀내며 삶을 풍성하게 이어주는 생성의 공간임을 알게됩니다. 

 텃밭패션의 기본은 뭐니뭐니 해도 수건을 목에 감는거죠,
수건 하나 정도는 목에 걸어줘야 농사좀 짓는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요 ^^

 괭이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나왔군요, 긴반지에 긴 난방도 쾌 괜찮은 복장인것 같습니다.

이날 700평의 반을 일구었습니다,  앞으로 갈고 일구어야 땅이 꼭 그만큼 남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가 팍 죽지만 뭐 이만큼 일구어 놓았으니 또 그만큼 일구는것도 함께 하면 잘 될거라 믿습니다.

고랑을 만들고 집으로 가겠거니 하고 한숨 돌리고 있으니, 우리의 괭이 콩도 심고, 들깨도 심자고 합니다.
어쩔수 없으니 할 수 밖에요 아낙네들은 두고랑에 들깨를 심기 시작합니다. 
초보들 치고는 그래도 잘 따라 합니다.^^

 남정네들은 콩을 심었습니다.
초보 농사꾼들은 이 단순한 작업에도 선배 농사꾼이 괭이에게 지도를 받아야 했습니다.

 모범적인 괭이의 농법을 전수받고 남정네들도 곧잘 따라합니다. 괭이의 호미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콩을 심은곳은 그 위에 망을 덮었습니다.
그냥두면 까치라는 놈들이 덤벼들어 다 파먹기 때문에  망을 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망값이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클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직접 농사를 짓는체험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700평 콩밭은 그냥 콩밭이 아니라 마을에서 함께 여러가족이 모여 공동작업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모형을 실험하고 배운다는 것에서 더 큰 의의가 있는것 같습니다.

 농사를 먼저 지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틈"
체력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틈"
시간이 되는 사람과 시간이 되지 않은 사람과의 "틈"
그 틈 사이에서 생명이 싹틈을, 그렇게 그 틈과 틈들이 모여서, 그 마음들이 모여서, 마을 공동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