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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로 구제역을 말하다!

환경운동연합 홈피에서 퍼왔습니다.
과학적 근거로 구제역을 말하다!
'꺼림칙한 정서'가 아닌 '학문적 관점'으로 구제역 사태 및 환경재앙을 분석하다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하였습니다. 정부의 대응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환경운동연합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구제역에 대한 정보를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구제역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할 시기라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 경주환경운동연합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입니다.

1. 구제역 바이러스 (Foot-and-mouth disease virus; FMDV)는 Picornaviridae과, apthovirus속 에 속하며 그 숙주는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코끼리 등 말굽이 있는 우제류들입니다.

2. 구제역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의 수포액, 침, 유즙, 정액, 공기, 분변 등과 야생동물, 조류, 차량, 의복 등에 의해서 전파되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성장한 가축들에 대한 구제역의 치사율은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끼들의 경우는 이보다 높지만 그 원인은 주로 어미들이 젖을 물리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는 구제역에 의한 다 자란 동물의 사망률을 매우 낮다(rare)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새끼들은 이보다 높으며 대부분 어미들의 젖을 물리는 태도 때문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http://www.oie.int/fileadmin/Home/eng/Animal_Health_in_the_World/docs/pdf/Q_A-EN.pdf)

4. 구제역의 이환율은 매우 높아서 어떤 우리 안에 한마리가 감염되었다면 모든 우리 안의 동물이 감염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5. 회복되는데 약 한달 정도 필요합니다.

6. 일반적으로 소독에 저항성이 강한 편입니다. 토양이나 거름 등지에서 여름에는 5일 정도, 겨울에는 100 일 정도 생존이 가능한 바이러스입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유행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가 가축들을 매몰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구제역의 사망률은 1% 정도이고 새끼들까지 고려한다 해도 3% 이상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국 소 돼지 전체가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폐사한 소는 40만두 정도만 폐사했을 것이니 그 10배를 매장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전체의 25% 정도인 400 만 두 이상을 매몰하면서 정부의 변은 소·돼지고기 수출 길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출은 연간 4억 원, 돼지고기 수출은 약 18억 원 수준입니다. 수조 원을 써가며 가축을 매몰할 이유로는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 경주환경운동연합

    전체적으로 보면 400만두 이상의 가축을 4000 군데 정도에 매몰하였으니 한군데 당 1,000 두의 가축을 매몰한 셈입니다. 너무 수가 많으니 안락사를 시킨 것도 아니고 이른바 정부의 매뉴얼에 따라 매몰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비닐을 깔고 매몰하였으나 비닐이 찢어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침출수가 나오는 곳이 많은 실정입니다.

  현재 정부는 매몰지를 다시 파낼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면 부분적으로 대처를 하고 전체적인 매몰지 관리대책은 세우지 않을 계획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생각은 다릅니다. 침출수 문제가 식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인간의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단된 가스 배출관 경북 경주시 안강읍 구제역 매몰지의 가스배출관이 절단된 채 흙 주머니에 덮혀 있다. 가스배출관은 방수포를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절단된 것으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기사 참고> ⓒ 경주환경운동연합

■ 매몰지를 그냥 둘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해보겠습니다.

1. 남한강 주변 지역들은 수도 서울의 급수원의 상류 쪽이어서 서울의 수돗물 관리 차원에서도 매몰지에 대한 대책은 필요합니다. 이렇게 상수원의 상류 쪽에 매몰을 한 것은 병든 가축이나 도살된 가축의 이동을 제한하는 현행법 때문에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 상수원의 상류쪽에 위치한 매몰지는 대처방안이 나와야합니다.

2. 수돗물의 원수에 유기물 농도가 높아지면 세균과 원충류 등의 생장이 많아집니다. 즉, 원수에 미생물 수가 급증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수돗물을 염소로 소독한다하여도 몇 가지 원충류(Cryptosporidium 과 Giardia) 들은 염소소독에 저항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염소소독 만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4. 대부분의 매몰지가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고 지하수 등을 이용하는 간이상수도나 지하수를 그대로 먹는 면단위의 농촌에 위치해있습니다. 매몰지 주변의 식수오염 문제는 장소에 따라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매몰지 주변의 식수의 안전성을 적어도 매주 2회 씩은 실시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5,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레우스 균, 파상풍을 일으키는 파상풍균, botulin독소를 내는 보툴리눔 균 등은 아포를 생산하는 세균들입니다. 단기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아포는 일단 형성되면 수십, 수백 년을 땅속에서 살아남습니다. 장기적인 안전성을 위해서 이러한 아포형성세균이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어야 합니다.

6. 가축 매몰지에서는 수년간 악취가 나서 주변의 거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됩니다. 현재 나오는 침출수는 그 시작일 뿐입니다. 사체의 내장과 혈액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정작 고기 등의 고농도의 단백질 조직이 분해되는 시점이 되면 침출수의 농도가 더 진해질 것입니다. 여름이 되기 전에 빨리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생각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기록해봅니다. 

1. 방역에 문제는 없는가?

구제역 방역에 어떤 소독제가 사용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지만 소독제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경주의 경우 미생물들로 만든 친환경 소독제(EM)을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전국적으로 어떤 소독제를 어떤 농도로 사용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적절한 소독제가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적절한 농도로 사용되었는지 말입니다. 엄청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된 소독작업이 실제로는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2. 추측되고 있는 전파경로는 옳은가?

북한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보도되었는데 북한의 바이러스 종류를 확인해보면 국내에 유입된 경로를 추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대로 된 역학자가 투입외어 구제역의 전파경로를 연구하겠지만 적어도 안동에서 베트남에 갔다 온 농민이 구제역을 옮겼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듯합니다.

3. 예방접종을 결정하는 시기는 적절했는가?

매몰과 예방접종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 것은 옳은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선택하는 시점에 큰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몰두수가 400 만이면 전체 소, 돼지의 25%에 해당합니다. 사망률이 높지 않은 구제역을 방어하는데 이렇게 많은 수의 매몰을 했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잘못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백신접종을 좀 더 빨리 했었어야 했습니다.

4,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인정받을 때의 이익은?

구제역 청정지역을 인정받으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의 육류수출은 기껏해야 연간 22억 원. 돼지 수천마리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4백만 마리를 매몰하면서 이 수출을 핑계 삼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 다른 이익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현행법에 문제는 없는가?

듣기로는 현행법에서 질병에 걸린 가축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상수원의 상류 쪽에서도 가축의 매몰이 대량으로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몰지 관리에 이 법이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이 법의 개정도 고려해아 할 것 같습니다.

6. 매몰 매뉴얼에는 문제가 없는가?

매몰 매뉴얼에는 석회석을 깔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아마도 침출수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듯합니다. ventonite라는 물질을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렇게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지자체에 석회가루가 전달되지 못한 이유도 조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몇몇 지자체는 이 매뉴얼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지자체별로 다른 매뉴얼을 개발하여 실시한 곳도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가 충분한 매뉴얼을 개발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7. 매몰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어떠한가?

매몰지 결정을 지자체가 한 듯합니다. 큰 강의 상류에 위치하는 지자체는 상수원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장소를 최선으로 선택했어야 하지만 급하게 매몰지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매몰지 선택의 정부기준도 어긴 곳이 많은 실정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전국토를 고려해서 선택한 매몰지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몰지에 대하여 대처할 필요성이 더 커진 셈입니다.

 

      글 : 김익중 상임의장 (동국의대 미생물학 교수)(경주환경운동연합)
      담당 : 정책국 정미란